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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 사는 세상의 ‘정의’
편의지원센터
2019-01-07
7911

“복지관이죠? 빵 가져가세요.”
간헐적으로 복지관에 갓 구운 빵을 후원해 주시는 봉사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 이렇다 할 고정적으로 빵을 후원해 주는 베이커리가 없어 이런 연락에는 흥분을 안 할 수가 없다. 전화를 끊자마자 빛의 속도로 빵을 수령하기 위해 찾았던 동대문구의 한 주민센터. 주차할 곳이 없어 빙빙 돌다가 겨우 자리를 잡았다.
한데 그 순간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오더니 입구에 멈춰 선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얼마나 급한 용무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니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입구의 반을 막아서는 것은 문제다. 그것도 버젓이 바닥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블록이 보이지 않는가. 그 위에 주차하는 행위는 장애인을 포함한 타인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는 인식의 무지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의 TV는 ‘예능을 빼면 볼 게 없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예능 공화국이 되었다. 그중 유명한 한 예능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고 외치는 소리는 들을 때마다 불편했었다. 그저 TV의 한 예능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벌칙을 면제받기 위해서는 꼼수를 넘어서 얍삽하다는 비난에도 웃음기 띤 얼굴로 뻔뻔함을 넘어 당당함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반칙이 허용되는 사회는 옳지 않다.
이런 일들이 일상에서 벌어지면서 어느샌가 타인에 대한 염려는 싹 사라진 사회가 되어 버린 듯하다. 내가 불편하지 않고 내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면 남들이야 어떻든 상관없는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삶은 늘 불편부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린 ‘혐오 사회’로 치닫고 있는지 모른다.
많은 인도에 설치되어 있는 노란색의 점자유도블록은 시각장애인에겐 안전을 담보하는 방향이며 생명선일 수 있다. 그런 생명을 담보하는 중요한 시설물임에도 물건을 적재하거나 파손되거나 때로는 말뚝을 세워 놓는 행위를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그 노란 선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 우리의 무심함은 도를 넘었다.
비단 시각장애뿐만 아니라 현대사회는 노화를 비롯해 황반 변성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질환적 시각장애인이 많이 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훈장이라 할 수 있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정신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적 장애를 유발한다.
이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이기도 하다. 촌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은 “함께 살자”라는 사회적 공동체에서 오히려 ‘너만 아니게’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결국 인간은 혼자 살 수 있는 존재는 분명 아니다. 무인도에 갇혔던 로빈슨 크루소도 그곳을 탈출하려 애썼고,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 놀랜드(톰 행크스 분) 역시 극한의 외로움을 견뎌보려고 오죽하면 윌슨을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함께 산다는 것은 나와 다르다고 해서 ‘특별한’부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바닥에 있는 ‘노란 선 하나’가 나에게는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타인에게는 생명선일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 그래서 그런 다름을 존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사는 사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처: 에이블뉴스

해당 기사링크: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6&NewsCode=00062019010415462823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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