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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시설의 시각장애인 접근성 현황과 개선 방향 모색 필요
시각편의센터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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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시각장애인은 과거와 달리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발하게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 시각장애인 25만여 명중 '혼자 외출이 가능하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84.3%에 달하며, '거의 매일 외출한다'는 비율도 68.9%로 나타났다.

 

실제로 많은 시각장애인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이미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패럴림픽 등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골볼, 유도, 쇼다운 선수들과 박물관에서 일하는 문화재 보존 처리 연구원, 촉각 해설사로 활동하는 전문가 등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으로서 문화와 체육 분야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의 문화 향유권 보장과 스포츠 및 관련 직업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서는 문화·체육시설의 물리적 편의시설과 정보 접근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참여 확대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시설 이용에 있어서 시각장애인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불편을 느끼고 있다문화·체육시설에 대한 접근성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실현의 핵심 조건이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문화와 체육 활동을 향유할 권리가 있고, 시각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시설 이용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법령과 지침을 통해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실태조사 결과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및 관리가 매우 미흡함을 보여준다보건복지부의 '2023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편의시설의 적정 설치율은 79.2%였으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대부분인 안내시설의 적정 설치율은 57.2%에 불과했다특히 시각장애인 피난설비(34.1%), 주출입구, 경사로, 손잡이, 점자표지판(25.8%) 등 안전과 직결된 시설의 적정 설치율은 매우 낮았다.

 

3년 전인 2022년 본회가 전국 254개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동일한 맥락을 보이고 있다. 전체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항목 4,824개 중 적정 설치율은 29.6%에 불과했으며, 부적정 설치(37.1%)와 미설치(33.3%) 비율을 합하면 약 70%의 시설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다특히 매표소, 판매기 등 기타 시설의 적정 설치율은 5.3%, 화장실 등 위생시설은 9.5%, 점자블록, 유도 및 안내설비 등 안내시설은 18.2%로 매우 저조하여 시각장애인이 표를 구매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며 길을 찾는 기본적인 활동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통계는 물리적 편의시설의 양적 부족과 질적 미흡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문화·체육시설을 온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더해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제공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긍정적인 사례와 부정적인 사례가 공존하고 있다. 스포츠 분야의 모범 사례로 야구장 관람 편의제공이 있다. KBO는 잠실, 사직, 광주 등 3개 구장에서 시각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중계 음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현장 관람객에게 소출력 FM 라디오 단말기와 이어폰을 제공하여, TV 중계방송 음성을 실시간으로 청취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이다. 이전에는 스마트폰 앱 등으로 중계를 들을 경우 10~15초 가량의 시차(딜레이)가 발생해, 현장의 환호성과 중계 내용이 맞지 않는 이질감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 도입으로 시각장애인 팬들도 현장의 함성과 동시에 경기 상황을 파악하며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미술관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등에서는 주요 작품을 3D 프린터 등으로 제작해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한 '촉각 모형' 또는 '촉각 관람'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전문 해설사가 작품의 형태, 색감, 배경 등을 상세히 묘사해 주는 해설 프로그램이나 음성 가이드를 운영하여, 시각 정보가 중심이 되는 미술 전시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사례도 명확히 존재한다. 대전 한화 이글스파크는 법적으로 보장된 장애인 관람석 좌석 위에 잔디 카펫이나 덮개를 씌워 장애인석 표시를 가리고, 이 좌석을 '특화석' 또는 '단체관람 특별석' 등으로 이름 붙여 일반 관람객에게 판매하다가 적발되어 큰 지탄을 받았다. 이는 명백한 장애인 차별 행위이며, 시설 관리자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처럼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도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문화·체육시설 접근성 개선은 단순히 불편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동등한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다. 야구장의 실시간 음성 지원이나 미술관의 촉각 모형 및 화면 해설 등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동등하게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시각장애인이 문화·체육시설을 불편 없이 이용하고 온전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첫째, 점자블록, 음성유도기, 점자표지판 등 물리적 편의시설의 정확한 설치와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키오스크 음성지원, 촉각 모형, 현장 해설, 실시간 중계 지원처럼 다양한 감각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장애인석을 무단으로 점용하는 것과 같은 차별 행위가 근절되도록 시설 관리자와 국민 모두의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물리적, 정보적, 사회적 환경이 함께 개선될 때, 비로소 시각장애인도 차별 없이 자유롭게 문화와 체육을 향유하는 사회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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